Dear my NHS

회사가 사라졌다

Esther Jo 2022. 4. 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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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 지 4개월 만에 회사가 합병한 이야기

 

회사를 다닌 지 4개월쯤 흐르고 점점 더 회사에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 회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공지를 했다. 바로 NHSX 회사와 NHS Digital 회사를 합병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발표는 2021년 11월에 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설마 잘릴까?'였다. 역시 해외에서 일하는 불안전한 사람으로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었다. 한국에서 자라온 사람으로서 회사가 합병한다거나 인수된다거나 하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구조 조정', '정리 해고'였다. 

가장 막내인 사람답게 이 소식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팀을 브랜딩 하기 위해 어떻게 하나, 팀에서 만들고 있는 콘셉트의 네이밍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회사가 사라진다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더구나 이 공지가 처음 나왔을 때는 11월 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앞두고 폭탄을 떨구듯 전체 회의에서 발표를 하였다. 팀원들 모두가 헛웃음을 지었고, 팀장님만 어렴풋이 이런 이야기가 경영진에서 오고 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벌써 발표한 지 6개월이나 지났지만 이 과정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추억 삼아 볼 수 있을 것 같고, 한국에서는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 비교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내가 이 직장에서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상단 공지를 통해 회사가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좌) NHSX 웹사이트 - 포스팅이 되지 못한 우리 팀 소개 페이지, (우) 통합 후 웹사이트.

 

1. 회사 경영진의 Action

공식적으로 전체회의에서 발표로 마친 후, 경영진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어떤 절차를 따라 회사를 합병할 것인지 알려주겠다며 약속을 했다. 그 후에는 모든 직원의 관심인 구조 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팀 전체가 NHS England & Improvement에 Transformation Directorate로 들어가게 될 것이며 NHS Digital과 합쳐지기 전 까지는 팀 및 팀원 이동이 없을 예정임을 공유했다. 그리고 가장 걱정인 정리해고 즉 redundancies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팀원을 잃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확실한 건 훗날 알 수 있겠지... 계속 읽어주세요:)🙏)

 

2. 팀 분위기

팀에는 시니어분들이 많았는데 그중 팀장님을 포함해서 3명은 NHS 혹은 정부 관련 분야에서 일을 오래 하신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반응에 의하면 이런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종종 NHS 내에서 회사를 나누거나 합치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있는 NHS England & Improvement도 전에는 각각 있었던 회사였고 (NHS England와 NHS Improvement 따로따로). 그래서 였는지 그분들은 이 소식을 엄청나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또 이러는구나 하는 느낌. 

 

현재 (4월 2022) 그 발표가 있은 후에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나는 비자 문제 때문에 묶여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도 하고, 아직까지 NHS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기도 해 남아있지만 최근에 같은 팀원 분이 3월 말에 직장을 옮긴다는 말을 듣고 싱숭생숭해진다. 다른 팀에서 우리 팀을 도우러 파견(secondments) 온 분도 3월 말에 다시 본팀으로 돌아가시고, 다른 분은 팀을 이전한다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tiny team)

 

3월 말에 잡힌 'team away day'는 순식간에 많은 분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날이 되었다. 정들었는데 너무 슬퍼...

 

3. 나의 생각

첫 반응 & 새해 전까지 -

다닌 지 몇 개월 안돼서 회사가 합병되고 사라지는 경험을 하신 분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해외에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웃음만 나오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니 그저 기도만 할 뿐이다. 불안감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눈으로 보거나 경험할 수는 없어서 걱정한 만큼 회사 생활에 지장을 주진 않았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몇 주 안 남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잡혀있는 전체회의에서 계속적으로 회사 합병으로 인한 인원감축은 생각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잠시 휴가차 크리스마스 2주 전 한국에 방문하였다.

 

현재 (4월 2022) -

NHS 내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1~2년 후에 준비를 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이런 환경이 어색하기만 했다. 취직이 어려운 한국에서는 한 번 취업하면 오래 있으려고 하고, 이직을 자주 하면 다음 취업에 영향을 갈까 걱정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또 요즘은 또 다른 모습이랄까? 저번 겨울에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통하면 그들도 벌써 한 번씩 이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직종의 특성상 스타트업에서 많이 시작을 하고 후에 경력을 쌓고 중견기업 이상의 좀 더 안정적이고 월급을 협상해서 옮기는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아직까지는 이직의 마음은 없다. 더 NHS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고 싶기 때문. NHSX는 내가 꿈꾸어 오던 직장이었다. Healthcare분야에, 특히나 국가에서 관리하며, technology를 통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를 가진 기업.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몇 있을까? 오래되고 국가에 속한 기업인 만큼 복잡해서 아직까지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알아가고 싶은 호기심도 크다. 팀원들도 그리고 다른 user researcher분들도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어디 가서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이런 불안정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체계가 없다는 것. 아직까지도 나의 사수가 되어야 할 service designer는 소식이 없고, 혼자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야 하며 회사에서 user researcher에게 주어지는 리소스는 없다.

이런 환경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번 봄을 잘 넘기려고 한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기도 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과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 혹시 이런 경험이 있는 분은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떻게 극복하고 무엇을 하면서 스스로 발전시켰는지 공유해 주세요.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 구독과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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